류승완 감독의 신작 휴민트는 2013년 베를린의 스핀오프로 출발하지만, 전작과는 사뭇 다른 결을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첩보 영화의 긴장감보다는 인물 간 관계에 집중하고, 고전적인 액션 영화의 낭만을 되살리는 선택을 합니다. 세련되지 않고 신선하지 않다는 평가가 있지만, 바로 그 익숙함이 이 영화의 본질적인 매력이 될 수 있습니다. 과거 액션 영화들이 지녔던 단순하고 명확한 힘을 현대적으로 재현하려는 시도로 읽힙니다.

베를린과의 비교: 세계관은 같지만 결이 다른 영화
휴민트는 베를린의 마지막 장면에서 언급된 블라디보스토크를 배경으로 하며, 베를린의 주인공 표종성의 이야기가 극중에서 언급됩니다. 단순한 세계관 공유를 넘어서 캐릭터 구성까지 닮아 있습니다. 베를린의 정진수, 표종성, 연정희, 동명수를 휴민트의 조과장, 박건, 최선화, 황치성과 연결할 수 있습니다. 특히 박건과 표종성은 거의 동일한 딜레마를 겪는 인물입니다. 표종성은 아내 연정희의 미국 망명을 의심했고, 박건은 연인 최선화의 부모를 수사했습니다. 두 남자 모두 사랑보다 당성을 우선시하는 선택을 했고, 그로 인해 큰 후회를 하게 되며, 이번만큼은 실망시키지 않겠다는 목적 의식을 갖게 됩니다.
하지만 첩보 영화로서의 완성도를 놓고 보면 휴민트는 베를린에 비해 상당히 빈약합니다. 베를린은 당시 첩보 영화의 기준이었던 제이슨 본 시리즈를 의식하고 만들어진 작품으로, 액션 스타일도 그렇고 첩보전의 양상도 다국적이었습니다. 초반 시퀀스만 봐도 북한이 러시아 무기상, 반제국주의 아랍 연맹과 무기 거래를 하려는데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가 침입해 습격하는 등 복잡한 국제 정세가 펼쳐집니다. 반면 휴민트의 첩보전은 제목 그대로 인간 관계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첩보원과 정보원의 관계 맺기와 관계 유지, 이것이 이 영화가 보여주는 첩보전의 전부라고 볼 수 있습니다.
| 비교 항목 | 베를린 | 휴민트 |
|---|---|---|
| 첩보전 범위 | 다국적 정보전, 국제 무기 거래 | 인간 관계 중심 정보원 관리 |
| 액션 스타일 | 제이슨 본 스타일, 사실적 생존 액션 | 낭만과 멋 중심의 고전 액션 |
| 감정 표현 | 절제된 긴장감, 말 없는 텐션 | 직접적이고 멜랑콜리한 연출 |
| 주인공 동기 | 과거 서사와 현재 갈등 병행 | 과거는 배경, 현재 목표에 집중 |
멜로의 관점에서도 두 영화는 분위기가 매우 다릅니다. 지금 휴민트를 놓고 류승완 감독의 본격 멜로 영화라는 이야기가 나오지만, 실제로 멜로 영화의 기준으로 보면 베를린 쪽의 감정이 더 강렬했습니다. 함께 살아온 아내를 의심하는 남편과 그런 남편에게 실망한 아내가 후반부에 함께 목숨을 건 도주를 하면서, 남편의 상처를 치료하고 붕대를 감아주는 장면이 있습니다. 이 장면에선 서로 말이 없는데 오히려 그래서 더 상당한 텐션이 있었습니다. 그에 비해 휴민트의 멜로 장면에서는 그런 긴장감을 느끼기 어렵습니다. 오히려 감정을 스킨십보다 더 직접적으로 대놓고 보여주고 있는 영화입니다.
고전적 멜로 연출: 낯설지만 익숙한 감정 전달 방식
휴민트를 보는 동안 가장 낯설었던 장면들은 모두 극중 최선화의 노래와 관련이 있습니다. 첫 번째는 북한 식당 아리랑의 무대에 오른 최선화가 가수 패티김의 이별을 부르는 장면입니다. 두 번째는 박건이 자신의 숙소에서 스마트폰에 녹음해 둔 최선화의 노래를 들으면서 함께 찍은 사진을 보며 그녀를 생각하는 장면입니다. 이때 동시에 최선화도 같은 사진을 보면서 박건을 떠올리고 있는 장면이 나옵니다. 이것은 일반적인 영화나 드라마에서 매우 익숙하게 보던 연출입니다. 그런데 류승완 감독의 영화를 놓고 보면 상당히 낯설게 보일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형식으로 이렇게 감정을 대놓고 보여준 적이 있었던가 하는 의문이 듭니다.
이런 형식은 익수하다는 것이지 솔직히 정말 오래된 방식입니다. 영화 첩혈쌍웅 같은 작품을 보면 영화 속에서 주윤발이 종려의 클럽 공연을 보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 장면처럼 휴민트에서도 두 사람의 얼굴을 계속 교차시키면서 보여주고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그만큼 촌스럽다고 할 정도의 방식으로 이 두 사람의 감정을 전달하고 있는 것입니다. 게다가 박건과 최선화의 관계에서 베를린의 표종성과 연정희 부부와 비교할 법한 서사는 이미 과거의 사연이 된 것이고, 이 영화가 보여주는 것은 이번에는 실망시키지 않아야 한다, 꼭 그녀를 구해야 한다는 동기뿐입니다. 이것은 조과장의 입장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맨 처음 나왔던 김수린의 비극 때문에 이번만큼은 정보원을 죽게 놔둘 수 없다는 강력한 동기가 생긴 것입니다.
그래서 베를린과 비교하면 영화 속에서 보여지는 감정의 톤들이 좀 더 빈약해 보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보면 휴민트라는 영화를 전체적으로 놓고 봤을 때는 딱 필요한 정도의 서사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류승완 감독은 이런 인물들의 감정에 관객을 동참시키는 전략으로 또 하나의 고전적인 연출을 더해 놓았습니다. 바로 신세경 배우의 얼굴을 담아내는 클로즈업 장면들입니다. 과거 고전 영화들이 여배우의 얼굴을 담는 방식이 있었습니다. 여배우 뒤에서만 후광이 있는 것처럼 조명을 얹는다든가 하는 방식이었는데, 그 정도는 아니지만 그런 연출이 떠오를 정도의 장면이었습니다. 물론 그렇게 생각한 이유는 그렇게 찍고 있는 장면 속 피사체가 신세경의 얼굴이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류승완 감독의 영화에서 배우의 클로즈업을 이렇게 찍어서 이렇게 자주 길게 보여준 적이 있었나 싶습니다. 그렇게 본다면 분명히 이 영화가 보여주는 신세경 배우의 클로즈업에는 박건과 조과장의 입장에 관객을 동기화시키려는 선명한 의도가 있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습니다. 아무튼 그처럼 휴민트는 베를린과 비교했을 때, 또 류승완 감독의 다른 영화들과 비교했을 때, 그리고 동시대의 영화들과 비교했을 때도 그리 세련되지 않고 풍부하지 않은 또 신선하다고 보기도 어려운 영화입니다. 하지만 이 영화의 후반부를 보면서 세련되지 않고 풍부하지 않고 신선하지 않은 것이 이 영화에서 그렇게 큰 문제가 되는가 하는 질문을 하게 됩니다. 저는 별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습니다.
액션 영화의 낭만: 최소한의 서사로 만든 명확한 쾌감
중반부 이후에 휴민트는 우리가 과거에 보았던 테이큰 또는 아저씨 같은 영화처럼 달려갑니다. 러시아 마피아에게 잡혀간 최선화를 구해야 한다는 목표를 두고 조과장과 박건이 달려가는데 관객도 함께 동참하게 됩니다. 여기에는 첩보전의 긴장도 필요 없고 어떤 섬세한 감정의 묘사도 필요 없습니다. 극악한 범죄를 저지른 빌런들은 죽여 마땅하고 사랑하는 여자는 구해야 하는 게 당연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휴민트는 이때 관객들이 보고 싶어 하는 것을 다 보여주고 있습니다. 휴민트는 그렇게 최소한의 서사와 감정만 가지고 만든 매우 익숙하고 명확한 액션 영화처럼 여겨집니다. 류승완 감독 자신이 휴민트에서 구현하고 싶은 무언가를 위해서 다른 곁가지들을 다 잘라낸 느낌입니다.
그렇다면 무엇을 구현하고 싶었을까요? 저는 그것이 과거 액션 영화들이 보여주었던 낭만 또는 멋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면 류승완 감독이 이전에 보여준 액션에는 멋이 없었나? 당연히 멋있고 쾌감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류승완 감독의 액션 스타일은 주로 사실적인 감각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인물들이 그 상황에서 생존을 위해 싸운다는 느낌이 굉장히 강렬했습니다. 그런데 휴민트의 후반부에 벌어지는 액션 신에서는 사실적인 느낌보다도 멋이 더 중요한 맥락인 것 같았습니다. 박건과 조과장이 처음 서로에게 총을 겨누면서 마주하는 그 앵글만 봐도 그렇습니다. 그런 영화가 첩혈쌍웅만 있는 건 아니지만 이런 앵글을 보면 첩혈쌍웅을 떠올릴 수밖에 없습니다. 그만큼 이 장면의 앵글은 그런 멋을 위해서 낭만을 위해서 설계되어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조인성 배우가 보여주는 액션 또한 그런 멋이 우선되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조인성 배우는 이미 류승완 감독의 밀수에서 칼을 이용한 정말 멋과 낭만으로 가득한 액션 신을 보여준 적이 있습니다. 휴민트에서도 류승완 감독이 조인성 배우를 그런 목적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총격전과 침투를 앞두고 방탄조끼까지 챙겨 입는 인물인데 그런데도 당연히 걸리적거릴 수밖에 없는 롱코트는 계속 입고 있습니다. 이것은 분명 영화 밖에서 조인성이란 배우의 캐스팅 효과를 마음껏 담아보고 싶은 감독의 선택입니다. 밀수에서 나왔던 조인성 배우의 모습을 생각하면 이런 감독의 욕망을 너무 잘 이해할 수 있습니다.
종합해 본다면 휴민트는 그렇게 과거의 액션 영화들이 가진 낭만과 멋을 익숙한 방식으로 구현한 영화인 것 같습니다. 어쩌면 이 영화가 베테랑 2의 반대 급부로 나온 작품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베테랑 2는 베테랑 같은 영화를 기대한 관객들에게 베테랑을 반성하고 성찰하는 이야기를 보여준 사례였습니다. 사이다 같은 액션과 서사가 가진 윤리적인 딜레마를 질문으로 제기했고, 그래서 결과적으로는 이 영화에 대한 호불호가 나뉘었습니다. 베테랑 2와 비교해 본다면 일단 휴민트는 적극적으로 과거 액션 영화의 세계로 들어가서 마음껏 그 시절의 낭만을 즐기는 작품입니다.
물론 어떻게 보면 지금 와서 약 20년 전 영화들이나 40년 전 영화를 떠올리게 만드는 게 시대착오적이다 이렇게 비판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 시절 영화들이 갖고 있던 어떤 매력과 힘이 그만큼 강하다고 봐야 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솔직히 지금도 우연히 TV 같은 채널에서 테이큰이나 아저씨 같은 영화가 나오면 그 자리에서 계속 보게 되는 영화들입니다. 그런 식으로 너무 자주 본 영화들이었습니다. 이 영화 휴민트가 20년 후에 또 그렇게 자주 보게 될 영화일까? 그것은 잘 모르겠지만 적어도 지금은 그렇게 익숙한 감정과 낭만으로 보게 될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결국 휴민트는 세련됨이나 신선함보다는 익숙한 힘을 택한 작품입니다. 모든 영화가 새로운 형식을 창조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때로는 과거 액션 영화들이 지녔던 단순함과 낭만을 재현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관객을 설득할 수 있습니다. 사용자의 비평처럼, 복잡한 서사를 덜어내고 본능적 감정에 집중한 선택이 오히려 이 영화의 강점이 됩니다. 휴민트는 바로 그 지점에서 평가받아야 할 영화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FAQ)
Q. 휴민트는 베를린을 보지 않아도 이해할 수 있나요?
A. 네, 가능합니다. 휴민트는 베를린의 스핀오프이지만 독립적인 스토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베를린을 보면 세계관과 캐릭터 구성의 유사점을 발견하는 재미가 있지만, 보지 않았어도 영화를 이해하고 즐기는 데 전혀 문제가 없습니다. 다만 표종성에 대한 언급이 나오므로 베를린을 먼저 본다면 더 깊은 몰입이 가능합니다.
Q. 휴민트는 첩보 영화인가요, 액션 영화인가요?
A. 장르적으로는 첩보 영화의 외피를 입고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액션 영화에 가깝습니다. 첩보전의 긴장감이나 국제 정세의 복잡함보다는 인물 간의 관계와 후반부 구출 작전에 집중합니다. 테이큰이나 아저씨 같은 명확한 목표 지향적 액션 영화의 구조를 따르며, 과거 액션 영화의 낭만을 현대적으로 재현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Q. 류승완 감독의 다른 작품들과 비교했을 때 휴민트의 특징은 무엇인가요?
A. 휴민트는 류승완 감독의 기존 작품들에 비해 감정 표현이 훨씬 직접적이고 멜로적입니다. 사실적이고 거친 생존 액션 대신 멋과 낭만을 강조한 고전적 액션 스타일을 택했으며, 배우의 클로즈업과 노래 장면 등 오래된 멜로 문법을 적극 활용합니다. 복잡한 서사를 덜어내고 최소한의 동기만으로 액션의 추진력을 확보한 점이 가장 큰 차이점입니다.
Q. 조인성 배우의 연기와 액션은 어떤가요?
A. 조인성 배우는 류승완 감독의 밀수에 이어 휴민트에서도 멋과 낭만이 강조된 액션을 선보입니다. 총격전과 침투 상황에서도 롱코트를 계속 입고 있는 등 실용성보다는 비주얼과 분위기를 우선시하는 캐릭터 연출이 특징입니다. 감독은 조인성이라는 배우의 캐스팅 효과를 최대한 활용하여 고전 액션 영화의 주인공 같은 이미지를 구현했습니다.
[출처]
영상 제목/채널명: https://www.youtube.com/watch?v=hzZPwZxlN14